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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에서 잃어버린 지갑, 그 후 두 달의 기록 (분실 신고 후기, 가해자 기소유예 경험 공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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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에서 잃어버린 지갑, 그 후 두 달의 기록 (분실 신고 후기, 가해자 기소유예 경험 공유)

혜성처럼 나타난 리뷰어 2025. 4. 6. 12:27

 

지갑의 사진(예시)

 

아주 평범한 밤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노래방에 갔고, 분위기는 좋았다. 노래를 부르며 웃고 떠들다가, 자리를 정리하고 나가려던 순간—지갑이 사라졌다는 걸 알아챘다. 처음엔 단순한 착각일 거라 생각했다. 가방 안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안심시켰지만,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았다. 조용한 공포가 시작된 건 그때부터였다.

어딘가에 놓고 온 건 아닐까, 누가 장난을 친 건 아닐까, 그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엔 수많은 가정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결국 선택한 건 ‘신고’였다. 진짜로 누군가 가져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계속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신고, 조사, 그리고 기묘한 법의 이름
경찰서에서 신고를 접수한 뒤, 조사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놀랍게도 상대는 노래방에서 함께 있던 다른 일행 중 두 명이었다. CCTV와 진술, 그리고 카드 사용 내역 등이 맞물리며 조사가 이루어졌고, 사건은 ‘단순 분실’이 아닌 ‘특수절도’로 분류되었다. 특수절도라는 단어는 무겁게 다가왔다. 말 그대로 ‘공모한 절도’, 혹은 ‘다수에 의한 절도’에 해당하는 범죄다. 공소시효가 10년이라는 말에 나는 다시 한 번 이 일이 ‘사소한 일이 아니었구나’ 실감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사건이 벌금이나 경고 수준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기소유예로 결론이 났다. 기소유예는 말 그대로 ‘기소는 하지 않되, 혐의는 인정’되는 일종의 경고 같은 결말이다. 형사처벌은 피했지만, 사건 자체는 법적으로 ‘문제 상황’으로 기록되는 셈이다.

 



이득인가, 정의인가: 2천 원짜리 지갑에서 시작된 복잡한 감정
사실 그 지갑은 친구에게 2천 원을 주고 산, 아주 평범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을 통해 나는 정가 기준 13만 원을 배상받았다. 어쩌면 물질적으로는 ‘이득’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득보다 더 의미 있었던 건, 두 달 동안의 과정 그 자체였다.

상대방이 법의 앞에 서서, 불안해하고, 조사를 받는 그 과정. 이건 단순한 복수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사소한 행동이, 다른 사람의 일상을 얼마나 뒤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그들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그 행위가 옳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인지했기를 바랐다.

 

필요하면 수사기관의 도움을 받자



일상이 흔들릴 때, 우리는 어디서 경계를 긋는가
노래방이라는 공간은 즐거움을 위한 곳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한 순간은, 두 달간의 수사와 감정 소모로 이어졌다. 이 사건을 겪으며 느낀 건, 일상은 아주 사소한 틈에서 흔들린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틈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스스로의 경계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어쩌면 이 경험은 누군가에겐 과도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안전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법과 양심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정의감이 일상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