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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Me SSD 쓰기저하와 발열 실측 (SLC 캐시 소진 방열판 온도 후기) 본문
쓰기 속도 7,000MB/s를 자랑하던 NVMe SSD가, 대용량 파일 하나 옮기는 도중에 300MB/s 밑으로 주저앉았다. 처음엔 케이블이나 포트를 의심했는데, 아니었다. 180기가짜리 영상 소스를 통째로 복사하다가 SLC 캐시가 바닥나는 순간을 눈으로 본 거다. 20분 넘게 파일 이동 창을 붙잡고 있으면서, 벤치 점수 높다고 좋은 SSD가 아니구나 싶었다.
이번 글은 그날 이후로 몇 달 동안 내 손을 거쳐 간 M.2 NVMe SSD들의 발열, 쓰기 저하, 방열판 실측 기록이다. 광고에 안 나오는 숫자들만 골라 적어본다.

SLC 캐시가 끝나는 순간
먼저 왜 속도가 떨어지는지부터 짚고 넘어가자. 요즘 소비자용 SSD는 셀 하나에 3비트를 욱여넣는 TLC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걸 그대로 쓰면 느리니까, 앞쪽 일부 용량을 셀 하나에 1비트만 쓰는 SLC 방식으로 흉내 내서 캐시로 돌린다. 그래서 처음엔 빠르다.
문제는 이 캐시가 유한하다는 거다. 1테라 제품 기준으로 대략 용량의 20퍼센트, 그러니까 180기가 안팎을 넘겨 쓰면 캐시가 동나고, 그때부터 TLC 본래 속도로 떨어진다. 내 경우엔 4K 영상 프로젝트 폴더를 통째로 백업할 때 이 벽을 매번 만났다.
벤치마크는 캐시가 살아 있는 앞부분만 잰다. 진짜 성능은 캐시가 끝난 뒤에 드러난다.
한 번은 궁금해서 직접 테스트를 돌려봤다. 1테라 SSD에 용량 20퍼센트에 해당하는 단일 파일 약 180기가를 저장하고, 10분 쉬고, 다시 쓰고, 6분 쉬는 조건으로 20회를 반복했다. 회차가 20회로 내려갈수록 캐시 회복이 파일 쓰는 속도를 못 따라가는 게 눈에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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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별로 갈리는 회복 속도
같은 조건인데 제품마다 결과가 확 달랐다. 캐시를 다 쓴 뒤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여기서 순위가 뒤집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SN850X였다. 20회를 돌리는 내내 쓰기 저하가 발생한 비율이 7퍼센트밖에 안 됐다. SLC 캐시 용량 자체가 커서 밑바닥까지 안 내려가고 버틴 거다. P5 플러스가 25퍼센트로 그 뒤를 이었다.
반대로 벤치 점수로 유명한 990 PRO와 P41은 쓰기 저하 발생 비율이 48퍼센트까지 치솟았다. 캐시 용량이 작아서 매번 밑바닥에서부터 회복해야 하니 느릴 수밖에. 특이하게도 이 둘은 회복 속도랑 특성이 거의 판박이였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설계인가 싶을 정도였다.

정리하면 이렇다. 벤치 최고 점수만 보고 990 PRO를 골랐던 나로선 좀 허탈했다. 짧고 빠른 게임 로딩엔 최고인데, 몇백 기가씩 통째로 옮기는 작업엔 캐시 큰 제품이 더 편했다.
방열판을 붙이니 온도가 잡혔다
속도 다음은 온도다. 처음 M.2 SSD를 메인보드에 그냥 꽂았을 때, 파일 좀 오래 쓰면 컨트롤러가 뜨거워지면서 속도를 스스로 줄이는 서멀 스로틀링이 걸렸다. 손으로 만지면 깜짝 놀랄 만큼 뜨거웠다.
그래서 싸구려라도 방열판 하나 붙여보기로 했다. 몇천 원짜리 사제 M.2 방열판인데, 구리 베이스에 두툼한 알루미늄 핀이 달린 물건이었다.

설치는 정말 별거 없었다. 보호 필름 떼고, 딸려 온 서멀 패드 붙이고, 그 위에 방열판을 얹어 나사로 조이면 끝. 아이들 상태 46도, 벤치 돌릴 때 52도에서 더 안 올라가더라. 방열판 없을 땐 70도를 훌쩍 넘겼던 걸 생각하면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다만 공랭 CPU 쿨러를 쓴다면 간섭을 조심해야 한다. 두꺼운 방열판은 쿨러 히트파이프랑 부딪힐 수 있어서, 조립 전에 높이를 재보는 게 낫다. CPU 쿨링 얘기는 예전에 공랭쿨러 교체하면서 온도 잡은 기록에서 따로 정리해뒀다.
인식 불가에서 살려낸 외장 SSD
한번은 음악 작업용으로 쓰던 외장 SSD가 갑자기 인식 불가로 떴다. 케이블 문제인 줄 알고 몇 개나 갈아 끼웠는데 소용없었다. 데이터가 몇 십 기가 들어 있어서 등에 식은땀이 났다.
포기하기 전에 명령 프롬프트에서 chkdsk 명령을 돌려봤다. 파일 시스템 구조를 검사하면서 인덱스 오류를 수정하는 과정이었는데, 로그가 주르륵 올라갔다.
1. 1단계에서 파일 레코드 약 49,664개를 검사했다.
2. 2단계에서 파일 이름 연결을 확인하며 인덱스 $I30 오류를 고쳤다.
3. 고립된 파일 18개를 원래 디렉터리로 다시 붙였다.
4. 마지막에 파일 시스템이 수정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다행히 데이터는 멀쩡하게 살아났다. 물론 근본 원인은 안전 제거 없이 케이블을 뽑던 내 습관이었다. 그 뒤로는 무조건 하드웨어 안전 제거를 누르고 뽑는다. 부팅 드라이브가 이렇게 됐다면 손도 못 썼을 텐데, 백업 안 해둔 걸 그날 두고두고 후회했다.
쓰기 저하를 실사용에서 체감하는 순간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풀고 싶다. 쓰기 저하가 있다고 무조건 나쁜 SSD는 아니다. 일상 사용에선 거의 체감이 안 된다. 게임 설치, 문서 작업, 웹서핑 정도로는 SLC 캐시 안에서 다 끝나기 때문이다.
체감되는 건 딱 이런 경우다. 대용량 영상 편집, 통째 백업, 게임 라이브러리 이사처럼 한 번에 100기가 넘게 연속으로 쓸 때다. 나처럼 4K 소스를 자주 다루면 캐시 큰 제품이 정신 건강에 좋다.

그래서 요즘은 SSD 살 때 벤치 최고 속도보다 SLC 캐시 용량과 방열판 유무를 먼저 본다. 새로 자작 PC를 맞출 때도 이 기준을 넣었는데, 그 구성 얘기는 라이젠 조합으로 맞춘 본체 구성기에 자세히 적어뒀다.
용도별로 갈리는 SSD 선택 기준
몇 달 굴려보고 나서 나만의 선택 기준이 잡혔다. 우선 게임과 문서 위주라면 굳이 캐시 큰 제품을 고집할 필요가 없었다. 990 PRO 같은 벤치 강자가 로딩 체감엔 오히려 시원했다.
반면 영상 편집이나 통째 백업을 자주 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SN850X처럼 SLC 캐시가 큰 제품이 대용량 연속 쓰기에서 확실히 안정적이었다. 나는 4K 소스를 다루니 후자를 택했다.
여기에 하나 더, 방열판이 기본 포함된 모델인지도 봤다. 메인보드에 방열판 슬롯이 이미 있으면 굳이 포함형을 살 필요는 없고, 없으면 몇천 원짜리 사제라도 붙이는 편이 나았다. 이 세 가지를 정하고 나니 SSD 고르는 시간이 확 줄었다.
저소음까지 챙기는 M.2 슬롯 배치
의외로 소음도 신경 쓸 부분이었다. M.2 SSD 자체는 무소음인데, 방열판을 붙이면 그만큼 케이스 안 공기 흐름이 바뀐다. 그래픽카드 바로 밑 슬롯에 두꺼운 방열판 SSD를 꽂았더니, 그래픽카드 팬이 SSD 열까지 같이 빼내느라 조금 더 돌더라.
그래서 두 번째 M.2는 그래픽카드에서 떨어진 하단 슬롯으로 옮겼다. 온도가 5도쯤 내려갔고 팬 소음도 줄었다. 자잘한 배치 하나로 저소음이 갈리는 게 은근히 재미있었다. 조립 순서나 부품 배치를 어떻게 잡았는지는 본체 조립하면서 배선까지 정리한 후기에 따로 남겼다.
좋은 SSD를 골랐어도, 어디에 꽂느냐에 따라 온도가 5도씩 갈린다.
한번 온도가 튀는 슬롯을 겪고 나니, 조립할 때 방열판 두께랑 슬롯 위치를 같이 따지는 버릇이 생겼다. 예전에 그래픽카드 온도 잡는다고 방열판 재작업하면서 온도 낮춘 기록을 정리했던 게 그대로 SSD에도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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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써보고 정리한 장단점
몇 달간 M.2 NVMe SSD를 이것저것 갈아 끼우며 정리한 결론이다.
좋았던 점. 사제 방열판 하나로 벤치 52도에서 온도가 잡혀서 스로틀링이 사라졌다. SLC 캐시 큰 제품을 고르니 대용량 백업할 때 속도 급락이 거의 없어졌다. chkdsk 덕에 죽은 줄 알았던 외장 SSD도 살려냈다. 이 세 가지는 돈 거의 안 들이고 얻은 이득이다.
아쉬웠던 점. 벤치 최고 점수만 보고 990 PRO를 산 건 실수였다. 캐시가 작아 대용량 쓰기에서 쓰기 저하 48퍼센트를 찍었으니까. 두꺼운 방열판은 공랭 쿨러랑 간섭이 있어 조립 전에 높이 재는 수고가 필요했다. 하단 슬롯으로 옮기는 삽질도 몇 번 했다.
다음에 SSD를 산다면 순서는 정해졌다. 캐시 용량 확인, 방열판 확보, 슬롯 위치 배치. 벤치 점수는 그다음이다. 나처럼 파일 전송 창 붙잡고 20분 날려본 사람이라면 이 순서가 왜 중요한지 바로 알 거다.
